[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20] 상하이와 자매결연에 대만계 주민 원성···2006 시장 재선 앞두고 또 다시 위기
2006년 재선 여부가 걸린 선거를 앞두고 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어바인에는 대만계 홍콩계 대륙계 등 다양한 중국계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중국계 커뮤니티라는 큰 범주 안에서는 하나가 되지만 일상에서는 서로 다른 민족처럼 따로따로 어울리는 독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만계와 중국 본토에서 온 이민자들은 정치적인 배경 때문에 서로 미묘한 대립 관계를 형성하곤 했다. 한번은 상하이 시에서 어바인에 자매결연을 요청해 왔다. 나는 준비위를 발족시켜 1년 반 이상 준비를 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 준비가 끝난 뒤 시장과 몇몇 시의원 그리고 자매도시 위원회 임원들과 함께 2006년 6월 상하이를 방문했다. 우리는 상하이 측과 자매도시를 맺는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온 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때 'OC 레지스터'에 대문짝만한 기사가 나왔다. 시장 일행이 상하이에서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부당한 조항에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즉 중국 측이 작성해 제시한 양해각서 조항에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의거해 중국의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어바인의 지도자들은 대만을 공식적으로 여행하지 못하며 대만 국기를 공식 행사에 게양하지도 못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거였다. 베스 크롬 시장은 이런 조항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당시 한 실무자가 실수로 서명을 했기 때문이었다. 어바인 방문단이 이런 내용의 자매도시 결연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보도가 되었으니 어바인의 대만계 이민자들이 들고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공화당 쪽에서도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대만계 이민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LA 인근 몬터레이 파크 지역 주민들은 단체로 버스를 빌려 타고 어바인에 몰려와 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오랜 시간 발로 뛰면서 많은 중국계 인사들을 내 편으로 만들었고 자매도시 결연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만의 타오위안 시를 방문하기도 했건만 자칫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처참한 상황이었다. 재선을 위한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짙은 먹구름이 낀 것이다. 대만계 주민들이 등을 돌리니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암담하기만 했다. 나는 대만계 지도자들과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번 사건은 순전히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은 상하이와 맺었던 자매도시 협약을 파기하고서야 가라앉았다.〈계속> 글=올림 출판사